대법원 2017다35588, 35595(병합) 부당이득금반환
보도자료 발췌
대법원(재판장 대법원장 김명수, 주심 대법관 오경미)은 2023. 5. 11. 아래와 같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선고하여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파기·환송하였음[대법원 2023. 5. 11. 선고 2017다35588,35595(병합)
전원합의체 판결]
-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면서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따른 동의를 받지 못한 경우, 이는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를 위반하여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권을 침해한 것으로 원칙적으로 무효이고,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동의권을 남용하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유효성을 인정할 수는 없음
- 이와 달리 사용자가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 없이 취업규칙을 작성·변경하여 근로자에게 기존보다 불리하게 근로조건을 변경하였더라도 해당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그 적용을 인정한 종래의 대법원 판례를 모두 변경함
- 종전 판례의 태도에 따라 간부사원 취업규칙 중 연월차휴가 부분이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취업규칙 변경의 효력을 판단하였을 뿐, 노동조합의 부동의가 동의권 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판단하지 않은 원심판결에는 법리오해 및 심리미진의 잘못이 있으므로 이를 (일부) 파기·환송함
1. 사안의 개요
▣ 피고는 취업규칙을 제정하여 전체 직원에게 적용해 왔는데, 2003년 법정 근로시간을 주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단축하여 주 5일 근무제를 도입한 개정 근로기준법이 2004년 7월부터 피고의 사업장에 시행되자, 피고는 그 무렵 과장급 이상의 간부사원에게만 적용되는 간부사원 취업규칙을 별도로 제정하였음
▣ 간부사원 취업규칙은 종전 취업규칙과는 달리 월 개근자에게 1일씩 부여하던 월차휴가제도를 폐지하고, 총 인정일수에 상한이 없던 연차휴가에 25일의 상한을 신설하는 내용을 포함함
▣ 원고들(선정당사자 및 선정자들)은 과장급 이상의 직위에서 근무하던 근로자들로서 제1심에서 간부사원 취업규칙 중 연월차휴가 관련 부분이 무효 라는 주장을 하면서 2004년부터 지급받지 못한 연월차휴가수당 상당액을 부당이득 반환으로 청구하였다가, 제1심 패소 후 원심에서 2011년부터의 미지급 연월차휴가수당의 지급을 직접 구하는 청구를 추가하였음
2. 소송 경과 : 1심(원고들 패), 원심(원고들 일부승)
▣ 제1심(서울중앙지방법원) : 원고들 패
● 원고들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원고들은 피고를 상대로 종전 취업규칙에 따른 미지급 연월차휴가수당을 직접 청구할 수 있으므로 부당이득이 성립하지 않음
▣ 원심(서울고등법원) : 원고들 일부 승(선정자 2명은 패)
● 간부사원 취업규칙 중 연월차휴가 관련 부분은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해당하는데,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받지 않았고 사회통념상 합리성도 인정되지 않으므로 무효임
● 원고들의 미지급 연월차휴가수당 지급청구를 일부 인용2)
3. 상고심의 주요 쟁점: 전원합의 쟁점
▣ 종래 대법원은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취업규칙을 변경하면서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가 요구하는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받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해당 취업규칙의 작성,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면 유효하다고 판단하여 왔음. 이러한 종전 판례를 유지할 것인지 여부
4. 쟁점의 이해를 위한 배경지식
❒ 근로기준법
제94조(규칙의 작성, 변경 절차)
① 사용자는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관하여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다만,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
☞ 위 규정은 이 사건에 적용되는 구 근로기준법 제97조 제1항과 내용이 동일함
▣ 취업규칙의 작성·변경이 근로자가 가지고 있는 기득의 권리나 이익을 박탈하여 불이익한 근로조건을 부과하는 내용일 때에는 종전 근로조건 또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받아야 함
▣ 그런데 종래 대법원은, 취업규칙의 작성, 변경이 그 필요성 및 내용의 양면에서 보아 그에 의하여 근로자가 입게 될 불이익의 정도를 고려하더라도 법적 규범성을 시인할 수 있을 정도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가 없다고 하여 효력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해 왔음 (☞ 이른바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
▣ 이 사건의 쟁점은, 이러한 종전 판례를 그대로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판례를 변경하여 사회통념상 합리성 유무와 관계없이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받지 않은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을 무효로 볼 것인지 여부임
5. 대법원의 판단
가. 다수의견(7명) : 파기환송
(1) 종전 판례를 변경함: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면서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받지 못한 경우,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하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유효성을 인정할 수는 없음
▣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대한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권은 헌법 제32조 제3항3)에 근거하고 근로기준법 제9조가 명시한 근로조건의 노사대등결정 원칙을 실현하는 중요한 절차적 권리임. 변경되는 취업규칙 내용의 타당성이나 합리성으로 대체될 수 있는 것이 아님
▣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종전 판례)는 강행규정인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의 명문규정에 반하고, 헌법 정신과 근로기준법의 근본 취지, 근로조건의 노사대등결정 원칙에 위배됨
● 1989년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요건이 명문화되기 전부터 대법원 판례는 이미 근로조건의 노사대등결정 원칙, 근로기준법의 근본정신, 기득권 보호의 원칙에 근거하여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대하여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요한다는 법리를 확립하였고, 현재는 근로기준법이 명문으로 집단적 동의절차를 규정하고 있음
▣ 종전 판례가 들고 있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이라는 개념 자체가 확정적이지 않고, 어느 정도에 이르러야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는지 당사자가 쉽게 알기 어려움. 이로 인하여 취업규칙 변경의 효력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계속되어 법적 불안정성이 큼
▣ 근로조건의 유연한 조정은 사용자에 의한 일방적 취업규칙 변경을 승인함으로써가 근로자의 동의를 구하는 사용자의 설득과 노력을 통하여 이루어져야 함.
▣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받지 못하였다고 하여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이항상 불가능한 것은 아님. 근로자 측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한 경우에는 동의가 없는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도 유효하다고 인정될 수 있음
(2) 집단적 동의권 남용 법리의 제시
▣ 근로자 측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한 경우란 관계 법령이나 근로관계를 둘러싼 사회 환경의 변화로 취업규칙을 변경할 필요성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인정되고,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구하고자 하는 사용자의 진지한 설득과 노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근로자 측이 합리적 근거나 이유 제시없이 취업규칙의 변경에 반대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를 말함
[ ※ 동의권 남용 판단 요건 ] ⓐ 취업규칙 변경의 객관적 필요성 (사회환경고려) ⓑ 사용자의 동의를 구하고자하는 노력 (설명과 설득 등) ⓒ 근로자측의 단순 거부 |
●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의 입법 취지와 절차적 권리로서 집단적 동의권이 갖는 중요성을 고려할 때, 집단적 동의권의 남용 여부는 엄격하게 판단해야 함
▣ 근로자 측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하였는지 여부에 대하여는 법원이 직권으로 판단할 수 있음
(3) 이 사건의 결론 : 파기환송
▣ 원심은 종전 판례의 태도인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를 적용하여 간부사원 취업규칙 중 연월차휴가 관련 부분의 효력을 판단하였을 뿐, 노동조합의 부동의가 집단적 동의권 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전혀 판단하지 않았으므로 법리오해 및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음
▣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함
나. 별개의견(6명) :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종전 판례)는 대법원이 오랜 기간 그 타당성을 인정하여 적용한 것으로 현재에도 여전히 타당하므로 그대로 유지되어야 함
▣ 판례는 근로기준법에 명문 규정이 있기 전에도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관하여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가 필요하다고 보면서, 아울러 그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된다면 동의를 받지 않았더라도 유효하다는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도 제시하였음. 1989년 개정된 근로기준법은 이러한 판례 법리를 전면적으로 수용하여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 요건을 명시적으로 규정하였는데, 이는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도 함께 수용한 것으로 보아야 함. 이후에 빈번하게 이루어진 근로기준법 개정 과정에서도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를 배제한 규정은 도입되지 않았다는 점을 보더라도 그러함
▣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 경우 사용자의 취업규칙 작성․변경 권한을 제한할 이유가 없고, 사회통념상 합리성은 신의칙이나 조리 등 법의 일반원칙으로서의 성격을 가지므로 법문에 명시되지 않았다고 하여 적용이 배제되지 않음
▣ 대법원이 지금까지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를 적용하여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을 유효하다고 본 사례들은 누구나 그 타당성을 수긍할 수 있고, 오히려 위 사례들에서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이 무효라고 한다면 이는 일반적인 정의관념이나 구체적 타당성에 반함
▣ 다수의견이 제시하는 집단적 동의권 남용 법리는 그 판단기준이 불명확하고, 그것이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와 비교하여 결과적으로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도 불분명함.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는 그동안 사례가 축적되어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이 확보되어 있고, 오랜 기간 판례 법리로 타당성을 인정받아 사회일반의 신뢰가 구축되어 있으므로, 종전 판례를 변경할 필요성을 납득하기 어려움
▣ 이 사건의 경우, 간부사원 취업규칙 중 연월차휴가 관련 부분은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분명하게 인정됨
6. 판결의 의의
▣ 종래 대법원은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면서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받지 못한 경우에도 그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유효하다고 판단해 왔음
▣ 이 판결은 종전 판례를 변경하여 근로자에게 불리한 취업규칙의 변경에 대하여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가 없는 경우, 이는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를 위반한 것으로서, 근로자 측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하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효력이 없고, 해당 취업규칙의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유효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음. 나아가 집단적 동의권 남용 여부에 대하여는 법원이 직권으로 판단할수 있는데, 원심이 이에 관하여 심리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원심판결을 (일부) 파기·환송하였음
▣ 이 판결은,
● 취업규칙이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되는 경우 근로자의 절차적 권리인 집단적 동의권이 침해되었다면 내용의 합리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취업규칙이 정당화될 수 없어 원칙적으로 무효라고 선언하였음. 이로써 근로기준법에 강행규정으로 정한 집단적 동의를 사회통념상 합리성으로 대체할 수 없음을 명시하여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의 유효요건을 법문대로 정립하였고,
●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권이 갖는 절차적 중요성을 강조하여 사용자로서는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구하고자 하는 진지한 설득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함으로써, 취업규칙 변경 절차가 근로조건 기준 결정에 관한 헌법(인간의 존엄성 보장) 및 근로기준법(근로조건의 노사대등 결정, 자율적 결정)의 이념과 취지에 보다 부합하도록 유도하는 한편,
● 근로자 측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불이익한 취업규칙 변경의 효력을 인정할 가능성을 열어 둠으로써 구체적 타당성을 기할 수 있도록 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음
대법원 2017다35588, 35595(병합) 부당이득금반환
보도자료 발췌
대법원(재판장 대법원장 김명수, 주심 대법관 오경미)은 2023. 5. 11. 아래와 같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선고하여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파기·환송하였음[대법원 2023. 5. 11. 선고 2017다35588,35595(병합)
전원합의체 판결]
-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면서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따른 동의를 받지 못한 경우, 이는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를 위반하여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권을 침해한 것으로 원칙적으로 무효이고,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동의권을 남용하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유효성을 인정할 수는 없음
- 이와 달리 사용자가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 없이 취업규칙을 작성·변경하여 근로자에게 기존보다 불리하게 근로조건을 변경하였더라도 해당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그 적용을 인정한 종래의 대법원 판례를 모두 변경함
- 종전 판례의 태도에 따라 간부사원 취업규칙 중 연월차휴가 부분이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취업규칙 변경의 효력을 판단하였을 뿐, 노동조합의 부동의가 동의권 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판단하지 않은 원심판결에는 법리오해 및 심리미진의 잘못이 있으므로 이를 (일부) 파기·환송함
1. 사안의 개요
▣ 피고는 취업규칙을 제정하여 전체 직원에게 적용해 왔는데, 2003년 법정 근로시간을 주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단축하여 주 5일 근무제를 도입한 개정 근로기준법이 2004년 7월부터 피고의 사업장에 시행되자, 피고는 그 무렵 과장급 이상의 간부사원에게만 적용되는 간부사원 취업규칙을 별도로 제정하였음
▣ 간부사원 취업규칙은 종전 취업규칙과는 달리 월 개근자에게 1일씩 부여하던 월차휴가제도를 폐지하고, 총 인정일수에 상한이 없던 연차휴가에 25일의 상한을 신설하는 내용을 포함함
▣ 원고들(선정당사자 및 선정자들)은 과장급 이상의 직위에서 근무하던 근로자들로서 제1심에서 간부사원 취업규칙 중 연월차휴가 관련 부분이 무효 라는 주장을 하면서 2004년부터 지급받지 못한 연월차휴가수당 상당액을 부당이득 반환으로 청구하였다가, 제1심 패소 후 원심에서 2011년부터의 미지급 연월차휴가수당의 지급을 직접 구하는 청구를 추가하였음
2. 소송 경과 : 1심(원고들 패), 원심(원고들 일부승)
▣ 제1심(서울중앙지방법원) : 원고들 패
● 원고들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원고들은 피고를 상대로 종전 취업규칙에 따른 미지급 연월차휴가수당을 직접 청구할 수 있으므로 부당이득이 성립하지 않음
▣ 원심(서울고등법원) : 원고들 일부 승(선정자 2명은 패)
● 간부사원 취업규칙 중 연월차휴가 관련 부분은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해당하는데,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받지 않았고 사회통념상 합리성도 인정되지 않으므로 무효임
● 원고들의 미지급 연월차휴가수당 지급청구를 일부 인용2)
3. 상고심의 주요 쟁점: 전원합의 쟁점
▣ 종래 대법원은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취업규칙을 변경하면서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가 요구하는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받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해당 취업규칙의 작성,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면 유효하다고 판단하여 왔음. 이러한 종전 판례를 유지할 것인지 여부
4. 쟁점의 이해를 위한 배경지식
▣ 취업규칙의 작성·변경이 근로자가 가지고 있는 기득의 권리나 이익을 박탈하여 불이익한 근로조건을 부과하는 내용일 때에는 종전 근로조건 또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받아야 함
▣ 그런데 종래 대법원은, 취업규칙의 작성, 변경이 그 필요성 및 내용의 양면에서 보아 그에 의하여 근로자가 입게 될 불이익의 정도를 고려하더라도 법적 규범성을 시인할 수 있을 정도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가 없다고 하여 효력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해 왔음 (☞ 이른바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
▣ 이 사건의 쟁점은, 이러한 종전 판례를 그대로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판례를 변경하여 사회통념상 합리성 유무와 관계없이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받지 않은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을 무효로 볼 것인지 여부임
5. 대법원의 판단
가. 다수의견(7명) : 파기환송
(1) 종전 판례를 변경함: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면서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받지 못한 경우,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하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유효성을 인정할 수는 없음
▣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대한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권은 헌법 제32조 제3항3)에 근거하고 근로기준법 제9조가 명시한 근로조건의 노사대등결정 원칙을 실현하는 중요한 절차적 권리임. 변경되는 취업규칙 내용의 타당성이나 합리성으로 대체될 수 있는 것이 아님
▣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종전 판례)는 강행규정인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의 명문규정에 반하고, 헌법 정신과 근로기준법의 근본 취지, 근로조건의 노사대등결정 원칙에 위배됨
● 1989년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요건이 명문화되기 전부터 대법원 판례는 이미 근로조건의 노사대등결정 원칙, 근로기준법의 근본정신, 기득권 보호의 원칙에 근거하여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대하여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요한다는 법리를 확립하였고, 현재는 근로기준법이 명문으로 집단적 동의절차를 규정하고 있음
▣ 종전 판례가 들고 있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이라는 개념 자체가 확정적이지 않고, 어느 정도에 이르러야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는지 당사자가 쉽게 알기 어려움. 이로 인하여 취업규칙 변경의 효력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계속되어 법적 불안정성이 큼
▣ 근로조건의 유연한 조정은 사용자에 의한 일방적 취업규칙 변경을 승인함으로써가 근로자의 동의를 구하는 사용자의 설득과 노력을 통하여 이루어져야 함.
▣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받지 못하였다고 하여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이항상 불가능한 것은 아님. 근로자 측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한 경우에는 동의가 없는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도 유효하다고 인정될 수 있음
(2) 집단적 동의권 남용 법리의 제시
▣ 근로자 측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한 경우란 관계 법령이나 근로관계를 둘러싼 사회 환경의 변화로 취업규칙을 변경할 필요성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인정되고,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구하고자 하는 사용자의 진지한 설득과 노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근로자 측이 합리적 근거나 이유 제시없이 취업규칙의 변경에 반대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를 말함
[ ※ 동의권 남용 판단 요건 ]
ⓐ 취업규칙 변경의 객관적 필요성 (사회환경고려)
ⓑ 사용자의 동의를 구하고자하는 노력 (설명과 설득 등)
ⓒ 근로자측의 단순 거부
●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의 입법 취지와 절차적 권리로서 집단적 동의권이 갖는 중요성을 고려할 때, 집단적 동의권의 남용 여부는 엄격하게 판단해야 함
▣ 근로자 측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하였는지 여부에 대하여는 법원이 직권으로 판단할 수 있음
(3) 이 사건의 결론 : 파기환송
▣ 원심은 종전 판례의 태도인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를 적용하여 간부사원 취업규칙 중 연월차휴가 관련 부분의 효력을 판단하였을 뿐, 노동조합의 부동의가 집단적 동의권 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전혀 판단하지 않았으므로 법리오해 및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음
▣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함
나. 별개의견(6명) :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종전 판례)는 대법원이 오랜 기간 그 타당성을 인정하여 적용한 것으로 현재에도 여전히 타당하므로 그대로 유지되어야 함
▣ 판례는 근로기준법에 명문 규정이 있기 전에도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관하여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가 필요하다고 보면서, 아울러 그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된다면 동의를 받지 않았더라도 유효하다는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도 제시하였음. 1989년 개정된 근로기준법은 이러한 판례 법리를 전면적으로 수용하여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 요건을 명시적으로 규정하였는데, 이는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도 함께 수용한 것으로 보아야 함. 이후에 빈번하게 이루어진 근로기준법 개정 과정에서도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를 배제한 규정은 도입되지 않았다는 점을 보더라도 그러함
▣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 경우 사용자의 취업규칙 작성․변경 권한을 제한할 이유가 없고, 사회통념상 합리성은 신의칙이나 조리 등 법의 일반원칙으로서의 성격을 가지므로 법문에 명시되지 않았다고 하여 적용이 배제되지 않음
▣ 대법원이 지금까지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를 적용하여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을 유효하다고 본 사례들은 누구나 그 타당성을 수긍할 수 있고, 오히려 위 사례들에서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이 무효라고 한다면 이는 일반적인 정의관념이나 구체적 타당성에 반함
▣ 다수의견이 제시하는 집단적 동의권 남용 법리는 그 판단기준이 불명확하고, 그것이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와 비교하여 결과적으로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도 불분명함.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는 그동안 사례가 축적되어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이 확보되어 있고, 오랜 기간 판례 법리로 타당성을 인정받아 사회일반의 신뢰가 구축되어 있으므로, 종전 판례를 변경할 필요성을 납득하기 어려움
▣ 이 사건의 경우, 간부사원 취업규칙 중 연월차휴가 관련 부분은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분명하게 인정됨
6. 판결의 의의
▣ 종래 대법원은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면서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받지 못한 경우에도 그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유효하다고 판단해 왔음
▣ 이 판결은 종전 판례를 변경하여 근로자에게 불리한 취업규칙의 변경에 대하여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가 없는 경우, 이는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를 위반한 것으로서, 근로자 측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하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효력이 없고, 해당 취업규칙의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유효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음. 나아가 집단적 동의권 남용 여부에 대하여는 법원이 직권으로 판단할수 있는데, 원심이 이에 관하여 심리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원심판결을 (일부) 파기·환송하였음
▣ 이 판결은,
● 취업규칙이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되는 경우 근로자의 절차적 권리인 집단적 동의권이 침해되었다면 내용의 합리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취업규칙이 정당화될 수 없어 원칙적으로 무효라고 선언하였음. 이로써 근로기준법에 강행규정으로 정한 집단적 동의를 사회통념상 합리성으로 대체할 수 없음을 명시하여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의 유효요건을 법문대로 정립하였고,
●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권이 갖는 절차적 중요성을 강조하여 사용자로서는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구하고자 하는 진지한 설득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함으로써, 취업규칙 변경 절차가 근로조건 기준 결정에 관한 헌법(인간의 존엄성 보장) 및 근로기준법(근로조건의 노사대등 결정, 자율적 결정)의 이념과 취지에 보다 부합하도록 유도하는 한편,
● 근로자 측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불이익한 취업규칙 변경의 효력을 인정할 가능성을 열어 둠으로써 구체적 타당성을 기할 수 있도록 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음